리더십
개인이 아닌 팀으로: 'We 리더십'의 등장과 변화
2024. 2. 7.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한 고민
: 팀장이 힘든 이유
‘어떻게 하면 좋은 팀장이 될 수 있을까요?’,
‘최악의 팀장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는 실무만 잘하면 됐는데, 대체 매니지먼트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새로 들어온 팀원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어디까지가 팀장의 역할일까요?’
인터넷에 팀장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고민이 보입니다. 완전한 실무자도, 절대적인 관리자도 아닌 팀장은 오늘도 팀원과 상급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합니다. 경영진의 지시 사항을 이해하고, 팀원들이 소화할 수 있게 업무를 분배하며, 실무도 하면서, 실적 압박을 받는 것과 동시에 아래로는 본인이 채찍질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팀원들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거나 생각지도 못한 이슈들이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런 풍파 속에서 팀을 보호하고 팀원 코칭 및 육성도 해야 합니다. 기성세대 임원들과 병아리 같은 MZ 사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수평적 조직 문화, 직원 몰입, 원온원 미팅 등을 제대로 경험해 본 적도 없는데, 실천하려니 막막합니다.
직급에서도 중간, 세대차이에서도 중간. 자식 많은 집에서도 끼인 자식이 가장 서럽다는데, 팀장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팀장은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팀과 팀장의 등장 배경
이 글에서는 조직문화의 변천사를 통해 21세기에 들어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시대의 팀장들이 직면한 흐름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어서 팀장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HRD는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지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팀 제도 등장의 역사
팀장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팀의 등장 배경을 알아봅니다. 때는 1980년대, 미국의 기업들이 조직문화에 대해 고민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의 기업들은 직원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여겼습니다. 따라서 리더의 주요 역할은 팀원들이 주어진 일을 완수하도록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의 웰빙, 커리어 성장, 몰입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회사의 핵심 목표는 생산성과 시장 점유율이고, 앞에서 나열한 것들은 이 목표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 미국 기업들은 강력한 경쟁자를 만납니다. 월등한 수준의 생산성이나 품질을 자랑하는 일본 기업입니다. 당시 경영/조직심리학자들은 성공적인 일본 기업에 대해 분석했고,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합니다. 바로 ‘공동체 중심’, ‘사람 중심’의 업무 환경이었죠.
개인주의가 강력했던 서구 문화에는 이것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직원들이 ‘우리’라는 의식을 갖고 조직에 몰입하며, 구성원들 간의 관계는 단순 직장 동료 이상 즉, ‘가족’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던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를 차용한 새로운 조직 구조와 문화가 유행합니다. 문화적으로는 구성원의 자율성과 수평적 구조, 동시에 강력한 유대관계와 코칭 리더십을 강조하는 관계지향문화(clan culture)가 유행하고, 구조적으로는 팀(team) 제도가 등장했습니다.
국내 기업의 팀 제도 도입
이에 따라 강조되는 리더십 유형도 변했습니다. 단순 관리/감독을 넘어서, 양육자처럼 구성원 개인에게 관심을 쏟고, 동기를 부여하고, 이들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강조하게 됩니다. 코칭 리더십의 등장이죠.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가 자리를 잡으면서 단순 지시보다는 팀원들에게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고, 설득하는 의사소통이 중요해졌습니다. 더 단순한 의사결정 과정, 개인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고 공감 및 소통을 강조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죠.
그럼 한국은 어땠을까요? 1990년대,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팀 제도가 확산됩니다. 주목할 점은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목적으로 팀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1995년 현대건설에서 팀제 도입에 관해 출간한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의 ‘사람중심적 접근’에서 벗어나서 ‘과제 중심적 접근’으로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이 팀제 도입의 목적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한국 기업문화는 피라미드식 구조에 승진과 성과급으로 보상을 지급했습니다. 문제는 점점 중간관리자의 수가 너무 많아졌고,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의 비효율적인 측면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IMF 위기가 다가오면서, 기업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훨씬 더 가볍고 효율적인 구조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에도 팀과 팀장이 등장했습니다.
핵심 요약
요약하자면, 미국과 한국은 ‘비교적 가벼운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팀제를 공통적으로 도입했지만, 미국은 공동체와 관계를 강화가 목적인 반면, 한국은 과업 중심 문화의 강화가 목적이었습니다.
21세기 조직 문화와 팀장 리더십의 진화
기업과 팀장이 마주한 새로운 도전
팀제가 자리를 잡은 이후, 국내 기업들은 또 다른 문화적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가파르게 기술이 발전하면서 업무의 방식과 범위 자체가 달라집니다. 동시에 개인주의와 수평적 문화가 확산되고, 사람들의 일에 대한 인식도 변했습니다. 이런 문화적인 변화는 최근 MZ 세대에 대한 논의와 함께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과거에는 ‘숙련도’가 일을 잘하는 기준이었으나, 최근에는 변화에 대한 적응 역량이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전체적인 효율이 좋아지면서 팀의 업무 범위와 복잡성이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종종 새로 들어오는 팀원들이 쓰는 도구나 기술이 정작 리더에게는 낯선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고,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지면서 리더가 일일이 보고 관리할 수 없는 환경이 됐습니다. 이로부터 적절한 권한 위임, 즉 임파워링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강화됐습니다. 개인주의가 자리를 잡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직도 전보다 쉽게, 자주 발생합니다. 하라면 하던 과거의 기조는 점점 약해지고, 이제는 지시보다 설득이 중요한 역량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팀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이 점점 강조되는데, 그 방법을 모르는 팀장의 막막함은 커져만 갑니다. 여전히 수직적인 문화가 더 익숙한 일부 팀장이 자신의 경험대로 업무 지시를 했다가 팀원과 갈등을 겪는 사례도 종종 나타납니다.
게다가 직원들이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리더에게 갖는 기대도 변했습니다. MZ세대 직원들 사이에서는 개성과 자기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흐름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커리어 성장 가능성도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팀장은 일을 지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넘어 코치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원 개인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죠. 실제로 이 맥락에서 여러 기업에서 원온원 미팅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니지먼트와 코칭/육성 역량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팀장이 관할하는 업무의 범위가 막대하게 증가합니다. 이렇게 다양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팀장의 고민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HR 트렌드 관점에서 변화를 이해하는 법
그렇다면, HR 트렌드의 관점에서 이와 같은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요?
팀제도의 등장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앞서 미국의 경우 조직 구조와 함께 구성원의 심리적 상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직문화 차원의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은 팀제라는 구조적 변화에만 좀 더 집중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개인주의와 수평적 문화, 개인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오늘날에는 조직 문화 차원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구조와 제도는 비교적 빠르게 변할 수 있는 반면, 문화가 변하고 자리를 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고, 이것이 현재 팀장들이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팀워크에 집중하는 We 리더십의 등장
We 리더십의 핵심: 몰입과 성장
이런 변화 속에서 팀장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팀 자체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팀장뿐만 아닌 구성원 전체의 자율성과 역량을 강화하고 동시에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과 문화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이런 맥락에서 ‘We 리더십’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의 팀장이 아닌, 팀 전체가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흐름입니다. 이런 리더십의 강점은 팀이 불확실한 외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We 리더십의 핵심은 구성원의 몰입과 역량 강화에 있습니다. 팀원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온오프라인 교육으로 역량을 강화하거나, 펄스 서베이 등을 활용해서 구성원의 니즈를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여 조직에 대한 몰입 수준을 관리합니다. 또한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이것이 구성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얼라인먼트를 유지해야 합니다.
We 리더십을 위한 도구: 팀 활성화 프로그램
구체적으로는 팀장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장치나 교육 프로그램이 도움이 됩니다. 조직 내 교육 프로그램이나 팀 활성화 프로그램 제도를 활용해서 자연스럽게 팀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참여를 통해 성장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즉, 팀 단위의 개입이죠. 이때, 팀 내부의 역동을 파악해서 여기에 맞는 활성화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따라서 팀 내부의 역동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를 잘 마련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팀원과 팀장의 강점이나, 성향, 가치관 등을 진단을 통해 파악하고 이를 모아 통합된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 데이터가 잘 마련되어 있다면 팀장에게 구체적인 팀원별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줄 수 있고, 이를 통해 팀장이 피드백이나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서로에 대한 성향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도 있죠. 원온원 미팅에서도 팀장에게 보조 자료를 제공하여 부담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팀 활성화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는 이렇게 수집된 자료나 도구를 활용해서 구성원들의 기여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저 팀장의 지시를 따르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실제로 팀을 운영하고 이끌어나가는 과정에 참여해서 전략이나 규칙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자율성은 동기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로, 이런 팀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원들이 적절한 자율성을 경험하면 더욱 팀에 몰입하게 됩니다.
또한 팀 단위 개입의 강점은 팀원과 팀장, 혹은 팀원들 간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자율성과 함께, 사회적인 관계 역시 동기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강점 진단과 같이, 인정받는 경험 혹은 긍정적인 경험을 줄 수 있는 도구로 팀 내부의 대화를 촉진하고, ‘우리 팀 안에서 내가 인정받을 수 있어’ 혹은 ‘우리 팀 사람들은 나를 이해해 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 팀 업무에 대한 구성원들의 몰입도와 동기 수준을 높일 수 있게 됩니다.
We 리더십으로 변화에 대응하세요.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개인보다는 여러 사람이 맺는 관계, 즉 연대가 갖는 힘이 더 커집니다. 그럴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잘 다루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팀장들이 슈퍼맨처럼 모든 것을 척척 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에 초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 내는 한 사람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어떤 변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연한 공동체, 팀에 집중해야 합니다. 혼자서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보다, 함께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인재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겁니다.
개인으로서는 역량이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건강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전체적인 조직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단해진 조직 문화는 가파르게 변하는 21세기 사회에서 우리 팀과 회사를 생존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관점과 능력, 기술을 가지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인 만큼, 공감과 이해, 공동의 목표에 대한 몰입을 토대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교육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미래에 다가올 리더십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한 고민
: 팀장이 힘든 이유
‘어떻게 하면 좋은 팀장이 될 수 있을까요?’,
‘최악의 팀장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는 실무만 잘하면 됐는데, 대체 매니지먼트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새로 들어온 팀원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어디까지가 팀장의 역할일까요?’
인터넷에 팀장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고민이 보입니다. 완전한 실무자도, 절대적인 관리자도 아닌 팀장은 오늘도 팀원과 상급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합니다. 경영진의 지시 사항을 이해하고, 팀원들이 소화할 수 있게 업무를 분배하며, 실무도 하면서, 실적 압박을 받는 것과 동시에 아래로는 본인이 채찍질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팀원들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거나 생각지도 못한 이슈들이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런 풍파 속에서 팀을 보호하고 팀원 코칭 및 육성도 해야 합니다. 기성세대 임원들과 병아리 같은 MZ 사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수평적 조직 문화, 직원 몰입, 원온원 미팅 등을 제대로 경험해 본 적도 없는데, 실천하려니 막막합니다.
직급에서도 중간, 세대차이에서도 중간. 자식 많은 집에서도 끼인 자식이 가장 서럽다는데, 팀장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팀장은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팀과 팀장의 등장 배경
이 글에서는 조직문화의 변천사를 통해 21세기에 들어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시대의 팀장들이 직면한 흐름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어서 팀장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HRD는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지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팀 제도 등장의 역사
팀장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팀의 등장 배경을 알아봅니다. 때는 1980년대, 미국의 기업들이 조직문화에 대해 고민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의 기업들은 직원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여겼습니다. 따라서 리더의 주요 역할은 팀원들이 주어진 일을 완수하도록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의 웰빙, 커리어 성장, 몰입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회사의 핵심 목표는 생산성과 시장 점유율이고, 앞에서 나열한 것들은 이 목표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 미국 기업들은 강력한 경쟁자를 만납니다. 월등한 수준의 생산성이나 품질을 자랑하는 일본 기업입니다. 당시 경영/조직심리학자들은 성공적인 일본 기업에 대해 분석했고,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합니다. 바로 ‘공동체 중심’, ‘사람 중심’의 업무 환경이었죠.
개인주의가 강력했던 서구 문화에는 이것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직원들이 ‘우리’라는 의식을 갖고 조직에 몰입하며, 구성원들 간의 관계는 단순 직장 동료 이상 즉, ‘가족’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던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를 차용한 새로운 조직 구조와 문화가 유행합니다. 문화적으로는 구성원의 자율성과 수평적 구조, 동시에 강력한 유대관계와 코칭 리더십을 강조하는 관계지향문화(clan culture)가 유행하고, 구조적으로는 팀(team) 제도가 등장했습니다.
국내 기업의 팀 제도 도입
이에 따라 강조되는 리더십 유형도 변했습니다. 단순 관리/감독을 넘어서, 양육자처럼 구성원 개인에게 관심을 쏟고, 동기를 부여하고, 이들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강조하게 됩니다. 코칭 리더십의 등장이죠.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가 자리를 잡으면서 단순 지시보다는 팀원들에게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고, 설득하는 의사소통이 중요해졌습니다. 더 단순한 의사결정 과정, 개인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고 공감 및 소통을 강조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죠.
그럼 한국은 어땠을까요? 1990년대,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팀 제도가 확산됩니다. 주목할 점은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목적으로 팀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1995년 현대건설에서 팀제 도입에 관해 출간한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의 ‘사람중심적 접근’에서 벗어나서 ‘과제 중심적 접근’으로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이 팀제 도입의 목적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한국 기업문화는 피라미드식 구조에 승진과 성과급으로 보상을 지급했습니다. 문제는 점점 중간관리자의 수가 너무 많아졌고,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의 비효율적인 측면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IMF 위기가 다가오면서, 기업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훨씬 더 가볍고 효율적인 구조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에도 팀과 팀장이 등장했습니다.
핵심 요약
요약하자면, 미국과 한국은 ‘비교적 가벼운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팀제를 공통적으로 도입했지만, 미국은 공동체와 관계를 강화가 목적인 반면, 한국은 과업 중심 문화의 강화가 목적이었습니다.
21세기 조직 문화와 팀장 리더십의 진화
기업과 팀장이 마주한 새로운 도전
팀제가 자리를 잡은 이후, 국내 기업들은 또 다른 문화적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가파르게 기술이 발전하면서 업무의 방식과 범위 자체가 달라집니다. 동시에 개인주의와 수평적 문화가 확산되고, 사람들의 일에 대한 인식도 변했습니다. 이런 문화적인 변화는 최근 MZ 세대에 대한 논의와 함께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과거에는 ‘숙련도’가 일을 잘하는 기준이었으나, 최근에는 변화에 대한 적응 역량이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전체적인 효율이 좋아지면서 팀의 업무 범위와 복잡성이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종종 새로 들어오는 팀원들이 쓰는 도구나 기술이 정작 리더에게는 낯선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고,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지면서 리더가 일일이 보고 관리할 수 없는 환경이 됐습니다. 이로부터 적절한 권한 위임, 즉 임파워링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강화됐습니다. 개인주의가 자리를 잡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직도 전보다 쉽게, 자주 발생합니다. 하라면 하던 과거의 기조는 점점 약해지고, 이제는 지시보다 설득이 중요한 역량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팀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이 점점 강조되는데, 그 방법을 모르는 팀장의 막막함은 커져만 갑니다. 여전히 수직적인 문화가 더 익숙한 일부 팀장이 자신의 경험대로 업무 지시를 했다가 팀원과 갈등을 겪는 사례도 종종 나타납니다.
게다가 직원들이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리더에게 갖는 기대도 변했습니다. MZ세대 직원들 사이에서는 개성과 자기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흐름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커리어 성장 가능성도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팀장은 일을 지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넘어 코치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원 개인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죠. 실제로 이 맥락에서 여러 기업에서 원온원 미팅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니지먼트와 코칭/육성 역량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팀장이 관할하는 업무의 범위가 막대하게 증가합니다. 이렇게 다양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팀장의 고민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HR 트렌드 관점에서 변화를 이해하는 법
그렇다면, HR 트렌드의 관점에서 이와 같은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요?
팀제도의 등장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앞서 미국의 경우 조직 구조와 함께 구성원의 심리적 상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직문화 차원의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은 팀제라는 구조적 변화에만 좀 더 집중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개인주의와 수평적 문화, 개인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오늘날에는 조직 문화 차원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구조와 제도는 비교적 빠르게 변할 수 있는 반면, 문화가 변하고 자리를 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고, 이것이 현재 팀장들이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팀워크에 집중하는 We 리더십의 등장
We 리더십의 핵심: 몰입과 성장
이런 변화 속에서 팀장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팀 자체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팀장뿐만 아닌 구성원 전체의 자율성과 역량을 강화하고 동시에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과 문화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이런 맥락에서 ‘We 리더십’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의 팀장이 아닌, 팀 전체가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흐름입니다. 이런 리더십의 강점은 팀이 불확실한 외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We 리더십의 핵심은 구성원의 몰입과 역량 강화에 있습니다. 팀원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온오프라인 교육으로 역량을 강화하거나, 펄스 서베이 등을 활용해서 구성원의 니즈를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여 조직에 대한 몰입 수준을 관리합니다. 또한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이것이 구성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얼라인먼트를 유지해야 합니다.
We 리더십을 위한 도구: 팀 활성화 프로그램
구체적으로는 팀장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장치나 교육 프로그램이 도움이 됩니다. 조직 내 교육 프로그램이나 팀 활성화 프로그램 제도를 활용해서 자연스럽게 팀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참여를 통해 성장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즉, 팀 단위의 개입이죠. 이때, 팀 내부의 역동을 파악해서 여기에 맞는 활성화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따라서 팀 내부의 역동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를 잘 마련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팀원과 팀장의 강점이나, 성향, 가치관 등을 진단을 통해 파악하고 이를 모아 통합된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 데이터가 잘 마련되어 있다면 팀장에게 구체적인 팀원별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줄 수 있고, 이를 통해 팀장이 피드백이나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서로에 대한 성향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도 있죠. 원온원 미팅에서도 팀장에게 보조 자료를 제공하여 부담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팀 활성화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는 이렇게 수집된 자료나 도구를 활용해서 구성원들의 기여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저 팀장의 지시를 따르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실제로 팀을 운영하고 이끌어나가는 과정에 참여해서 전략이나 규칙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자율성은 동기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로, 이런 팀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원들이 적절한 자율성을 경험하면 더욱 팀에 몰입하게 됩니다.
또한 팀 단위 개입의 강점은 팀원과 팀장, 혹은 팀원들 간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자율성과 함께, 사회적인 관계 역시 동기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강점 진단과 같이, 인정받는 경험 혹은 긍정적인 경험을 줄 수 있는 도구로 팀 내부의 대화를 촉진하고, ‘우리 팀 안에서 내가 인정받을 수 있어’ 혹은 ‘우리 팀 사람들은 나를 이해해 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 팀 업무에 대한 구성원들의 몰입도와 동기 수준을 높일 수 있게 됩니다.
We 리더십으로 변화에 대응하세요.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개인보다는 여러 사람이 맺는 관계, 즉 연대가 갖는 힘이 더 커집니다. 그럴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잘 다루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팀장들이 슈퍼맨처럼 모든 것을 척척 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에 초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 내는 한 사람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어떤 변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연한 공동체, 팀에 집중해야 합니다. 혼자서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보다, 함께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인재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겁니다.
개인으로서는 역량이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건강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전체적인 조직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단해진 조직 문화는 가파르게 변하는 21세기 사회에서 우리 팀과 회사를 생존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관점과 능력, 기술을 가지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인 만큼, 공감과 이해, 공동의 목표에 대한 몰입을 토대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교육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미래에 다가올 리더십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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